《캄피오네!》 3권 - 나, 패배를 구하노라 ├ 라이트노벨




  《캄피오네!》 3권 감상입니다. 3권에서는 잠시 시간축을 뒤로 돌려서 쿠사나기 고도의 시작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야구 소년이 어떻게 살신(殺神)을 이룩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그린, 부제 그대로 『시작의 이야기』입니다.
  보기 전에는 1권 대신 3권을 먼저 보고 이 시리즈를 읽기 시작해도 적당한 내용이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1권의 대용품이 될만한 이야기는 아니더군요. 그러니까 《캄피오네!》 3권이 1권 이전의 이야기라고 해서, 일부러 3권부터 먼저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라면 아마 3권부터 먼저 집어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하부터는 내용 누설이 포함되어있습니다.

■ 소년신

  베르스라그나가 등장한다면 아마도 소년의 화신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적중.
  아테나가 그랬듯이 이 베르스라그나도 매력적입니다. 고풍스러운 말투에 자신만만하고, 무엇보다 선량한 신. 작가 후기처럼 B……가 아니라 남자 축제라도 허용할 수 있을 듯한 기분입니다! 고도의 진정한 이탈리아 현지처는 루크레치아가 아니라고!
  망가진 어깨로 좌절한 야구 소년을 전사로서 격려하는 말이, 그리고 야구와 축구 같은 유희에도 신답잖게 신나서 한 치도 지지 않는 그 모습이 베르스라그나라는 신이 왜 계층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인기를 끌었는지 알게 해줍니다. 잘 나긴 한량 없이 잘 났고 잘난 티를 팍팍 내는데도 밉살스럽지가 않습니다.

  이번 권 말미에 재등장한 여신님처럼 추후 재등장해주었으면 좋겠는데…….


■ 바알 - 멜카르트

  멜카르트라니 이런 마이너한 신의 이름이 나와서 화들짝. 아니 신화학상으로는 무지 중요한 신입니다만…… 역시 신화 덕후를 즐겁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바알과 멜카르트를 동일한 신격으로 취급하는 듯합니다. 아니 동일한 신격이라 봐도 무방하긴 하군요.

  그나저나 멜카르트는 잊혀진지 오래된 신으로, 역사적으로야 중요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의 인지도 면에서는 형편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중근동에서는 빅 네임인 베르스라그나가 이 멜카르트를 만만찮은 적수로 여기는 것으로 보아, 《캄피오네!》라는 작품에서 따르지 않는 신들의 강약은 인지도와는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강력한 신이라면 신화상에서 높은 지위에 오를 테니 결과적으로는 유명한 신일수록 강력한 존재겠습니다만.

  덧붙여 페니키아의 신왕 멜카르트와 마왕으로 등극한 쿠사나기 고도와의 대결은 11권에서 계속되는 과거담에서 그려진다나 봅니다.


■ 금강구패(金剛求敗)

  사르데냐 섬을 바다 밑으로 가라앉혀버리겠다는 멜카르트와 싸우고 양패구상한 베르스라그나. 그러나 사실 이 난리의 원흉은…….

  따르지 않는 신이란 존재가 얼마나 인세에 민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전권의 감상에 얘기했듯 신살자, 캄피오네들은 하나 같이 민폐 덩어리입니다만, 마법사들이 이들을 왕으로 섬기며 우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군요. 캄피오네들이 끼치는 것이 민폐라면, 따르지 않는 신이 불러들이는 재앙은 말 그대로 자연재해입니다. 이런 따르지 않는 신들을 줄줄이 살해할 수 있는 캄피오네를 사람들이 받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보험이겠다 싶어요. 보번 후작이나 살바토레를 보면 알 수 있듯 캄피오네란 다들 중증 전투광이다 보니 신들과의 싸움을 피하지도 않고 말이죠.

  아무튼 그토록 패배를 찾아헤매던 상승불패의 군신은 어처구니 없이 인간에게 최초의 패배, 죽음을 맞이했지요. 쿠사나기 고도가 그를 죽인 무기는 프로메테우스 비급이 아니라, 베르스라그나 자신의 갈망이자 쿠사나기 고도가 기억을 잃은 군신과 쌓아온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언젠가, 다시.
  전권에서 살바토레 도니가 이야기했듯이, 신들에게 죽음은 없습니다. 신화가 있는 한 몇 번이고 소생하는 신. 다시금 베르스라그나가 따르지 않는 몸이 되어 쿠사나기 고도와 일전을 나눌 날이 올지 기대 중입니다.
  아니, 둘이 싸우기보다는 좀 다른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이 소설은 캄피오네든 따르지 않는 신이든, 남자든 여자든 순전 배틀 정키 투성이라서요!


■ 에리카의 약한 모습

  다들 호평인 호쾌한 아가씨, 에리카 브랑델리.
  솔직히 전 이전 권까지 에리카에게 강한 인상은 못 받았는데, 신왕 멜카르트와 맞닥뜨리고 콧대가 꺾이는 장면은 퍽 인상이 깊었습니다. 저 이렇게 세상 넓은 줄 모르는 젊은이(남녀 불문하고)가 쓴맛을 보는 전개 좋아해요. 고소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
  워낙 에리카가 자신만만하고 흔들리지 않는데다 고도를 휘두르는데 망설임이 없다 보니, 이게 매력이긴 해도 거부감 또한 부정할 수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약한 면을 보니 되레 심금을 울리는군요.

  하긴 멜카르트와 조우한 이후 따르지 않는 신과 여럿 마주한데다 쿠사나기 고도라는 캄피오네와 붙어 있다 보니 원래의 자신감을 완전히 찾아버린지라, 신과 대치해도 천연덕스럽게 대할 만큼 신경줄이 굵어진 모양이니 이런 풋풋한 시절의 모습은 다시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자의 자식들

  캄피오네란 존재가 자연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가 남긴 주법 때문이라. 그런데 판도라는 신화적으로는 인간……일 텐데, 작중에서는 엄연히 신격인 것 같은 분위기로군요.
  아무튼 1, 2권 모두 신나게 싸우기만 할 뿐이었는데 3권에 와서 비로소 큰줄기에 관련된 복선이 깔리는군요.
  캄피오네가 일곱 명이나 탄생한 대수확의 시기. 에리카의 말에 따르면 왕왕 이런 시대가 오는 모양입니다만, 이렇게 캄피오네가 많이 탄생하는데에 뭔가 원인이 있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캄피오네가 많이 발생함으로써 뭔가 불상사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작가 후기에 언급된 미국의 캄피오네, 존 플루토 스미스의 설정에 뿜었습니다. 존 플루토 스미스(30세 여성, 미혼)이라고 붙이면 존재 자체가 개그처럼 되는군요. 그런데 변신의 권능이라니 어느 신에게서 찬탈했는지 궁금하네요.



  여담이지만 Ezdragon 님의 포스팅을 보고, 《캄피오네!》에 나오는 마법결사들이 축구 팀에 관련이 있음을 알았는데요. 이걸 보고 나니 이번 권에 나오는 모 불패의 소년이 축구하는 모습이 달리 보였지 말입니다.
  ……지레 짐작하고 적동흑십자니 노귀부인 같은 마법결사들의 이름 유래를 어디 오컬트 부문에서 찾으려 했던 저의 어리석음도 깨달았고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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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본드래곤 2012/02/10 09:19 # 답글

    축구팀 유래는 저도 좀 놀랐습니다. 뭔가 기시감은 있었는데 설마 축구팀일 줄이야; 덕분에 영국이나 스페인쪽 캐릭터 나오는게 꽤 기대되네요. 맨유라던가 레알이라던가.ㅋㅋㅋ
  • 에뎀 2012/02/21 09:28 #

    영국……이라면 그리니치 현인회의라든가 블랙 프린스가 수상하군요!
  • 회색인간 2012/02/10 14:32 # 답글

    작가가 축빠가 분명합니다......
  • 에뎀 2012/02/21 09:29 #

    고도가 야구소년인 것은 고도(…….)의 페인트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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