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사서 시리즈


불신의 반지 - 《하얀 로냐프 강》의 이상균 신작 단편 ├ 장르소설




  《하얀 로냐프강》을 쓴 이상균 작가의 신작 단편이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문학에 올라왔더군요.
  벌써 9월 16일에 올라왔는데 이제서야 봤네요.
  《하얀 로냐프강》이라면 VT통신에서 글을 읽어왔던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오래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래픽 님(이상균 작가의 닉네임)은 옛날 1999년에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후 2006-2007년에 출판사를 제우미디어로 바꿔 개정판이 출간된 이후 소식이 없었던지라 이렇게 단편이나마 새 작품을 보게 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하와 같습니다.

  전설로 전해지는, 사람의 모습을 감추는 힘을 가진 '은신의 반지'.
  이 반지는 트롤들의 나라와 인접한 국경 근처의 변경 마을 인근에 쌍둥이 탑에 사는 괴팍한 마법사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마법사는 모습을 감추고 찾아와 '사소한 사건'을 일으켜 그 존재감을 과시하죠.
  그 와중에 변경 마을에 젊은 마법사가 찾아와 '진짜' 은신의 반지는 자신의 손에 있다며 주장하고 곧 이어 불가사의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길.
  작중의 미스터리와 그 해결은 마지막 파트에서 거론하는 주제를 꾸미려는 장식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이야기 솜씨는 여전하더군요. 몹시 흥미진진했습니다. 어느 정도 흐름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고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여담이지만 '투명화의 마법'에 대한 설화는 전세계에서 어디에서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이 '은신의 반지'에 얽힌 이야기니 만큼 어울리는 설화를 예시로 들자면, 플라톤이 저서에서 언급한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를 들 수 있겠습니다. 플라톤에 의하면 목동이었던 기게스는 우연히 모습을 지워주는 마법의 반지를 손에 넣고, 그 힘을 빌려 왕비와 밀통하여 왕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찬탈하는데 성공한다지요. 보이지 않는다는 힘은,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고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이며, 이를 이용해 최종적으로 얻는 것 또한 역시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권한──즉 권력입니다.
  한편 권력자는 피지배자의 눈에 띄지 않으며 이들을 컨트롤할 능력을 원하고요. 선후관계야 어떻게 되든지 간에, 결국 '보이지 않는다'는 힘은 권력과 떼어놓을 수 없나봅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한 반지'가 괜히 은신의 힘을 갖고 있는 게 아니죠, 넵.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네이버캐스트는 예전 《에소릴의 드래곤》을 읽고 나서는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이번 《불신의 반지》를 읽으면서 살펴보니 이외에도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군요. 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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