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A(마사토끼)의 첫 출간작, 《누가 울새를 죽였나?》(줄여서 누울죽)입니다. 출간되자마자 바로 사두었지만 막상 읽은 건 최근의 일이로군요.
작화는 《수요전》의 나노가 담당했습니다. 사실 《수요전》의 작풍이 먼저 떠올라서 서스펜스 심리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누울죽에 어울릴까 걱정했었는데, 남정네 셋이 훌렁 벗고 진땀 뽈뽈 흘리며 머리 굴리는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아니 진짜. 만약 《킬 더 킹》이 단행본화되고 이걸 나노 님이 맡아도 저는 지지하렵니다.
이 《누가 울새를 죽였나?》 또한 인터넷 연재되던 만화인데, 《너와 나의 선》과 달리 원작 만화를 정독한 적이 없어서 사전 지식이 없는 채로 읽었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춤추는 추리물인 줄 알았기 때문에 꽤나 기대했었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추리물이 아닙니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있지만 이 만화는 추리해서 범인을 맞춘다는 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종류의 작품이 아녜요. 이 부분을 착각하면 크게 실망할 수가 있는 못된 작품입니다. 주의!
그렇다면 《누가 울새를 죽였나?》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시체와 유괴된 소녀가 있는 한 오뚜막에 모인 3명의 인물들이 진땀 흘리며 펼치는 장대한 자기 기만극입니다. 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 골머리를 썩히며 생각을 굴리죠. 때로는 옳은 논리를, 때로는 그릇된 논리를 동원해 자신, 그리고 그와 동화한 독자라는 봉을 속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낙관과 비관이라는 마물이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는지 잘 파악한 이야기라, 평이한 구조임에도 몰입되더군요.
다만 아쉬운 부분은 납치된 소녀가 하나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이야기 도구로서의 역할만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
작가 후기를 보면 원안에서 주인공은 납치된 소녀였던 듯하지만 완성된 누울죽에서 소녀에게 감정이입하는 분은 아마 거의 없겠죠. ^^;
그만큼 이 소녀는 뭔가 뚜렷하고 공감할만한 목적이 있어서 필사적으로 움직인다기보다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데요. 그 덕분에 4명의 심리전이라기보다는 소녀라는 축을 둘러싼 3명의 심리전 양상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소녀도 부각되었다면 보다 깊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아서 아쉽더군요.
작가가 마무리로 선택한 순환 구조, 재귀를 보았을 때는 오컬트적인 공포를 느껴야될 장면이라 느끼긴 했지만 그에 느낌에 맞춰주지 못했었는데요. 그 까닭 또한 이 '소녀'라는 인물이 지나치게 이야기 도구로서의 면모만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짐작합니다.
여하튼 추리물로서는 성립될 수 없지만 서스펜스 드라마로서 재미있게 읽는 만화입니다.
이제 마사토끼 님의 작품 중 단행본화된 건 《카스텔라 레서피》가 남았는데 과연 이쪽은 어떨지. 《너와 나의 선》처럼 무작정 패러디를 삭제한 원작을, 별다른 보완 없이 싣는 우거는 않았기를 바랍니다.



덧글
'카스텔라 레서피'는 '너와 나의 선'보다는 낫지만 1권만 봤을 때는 많이 애매했습니다. 역시 웹툰이긴 합니다만, '커피우유신화'가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코믹화인듯 하더군요. ^^; (이쪽은 단행본 나온다면 바로 살 텐데......--)
저는 언젠가 킬 더 킹이나 홀과 짝을 단행본으로 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마사토끼 님의 심리전은 저 둘이 진국이었거든요.
너나선만 생각하면 어휴... 찬스 사보면서 일단 대실망하고, 설마 연재본 그대로 단행본화되겠어? 했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 되었으니...
끝부분의 원작마저도 없었으면 정말 살 가치가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_-;
솔직히 원작의 말풍선이랑 글자, 선정리만 해서 단행본화 하는게 제일이라고 보지만요.
누울죽은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만화가 되어서 또 마사토끼식 맛이라는게 떨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