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 TV 애니메이션화되어 방영하고 있는 라이트노벨 『언젠가는 대마왕』(いちばんうしろの大魔王)의 패러디에 관해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 중 인조인간(리라단) 코로네가 후지코 F. 후지오가 만들어낸 국민 만화 『도라에몽』의 패러디라는 건 눈썰미가 있다면 금세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실 원래부터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후지코 후지오 작품군의 오마쥬가 득시글거리는 작품이지요.
후지코 후지오란 일본의 만화가 콤비 후지모토 히로시(후지코 F. 후지오)와 아비코 모토오(후지코 후지오 Ⓐ)의 공동 필명인데요. 이름 듣고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라도 후지코 F. 후지오가 낳은 『도라에몽』, 후지코 후지오 Ⓐ가 낳은 『닌자 핫토리 군』(국내명: 꾸러기 닌자 토리)는 다들 한 번쯤 보신 적은 있으실 겁니다. 둘 다 일본의 국민 만화라 할 수 있는 명작들이며, 이 콤비는 이외에도 재미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여하튼 『언젠가는 대마왕』이란 소설은 잘 뜯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후지코 후지오의 오마쥬로 점철되어있습니다. 본작의 분위기로는 쉽게 떠올리기 힘들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흔적들이 마구마구 눈에 띄죠.
일단 『언젠가는 대마왕』과 후지코 후지오 Ⓐ의 만화인 『닌자 핫토리 군』의 제목 로고만 서로 비교해봐도, 후지코 후지오풍의 스멜을 물씬 풍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언젠가는 대마왕』의 등장인물들이 대체 어디서 모델을 따왔는지, 그 원형을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 닌자 핫토리 군 : 핫토리 준코와 테루야 에이코 핫토리 준코는 이름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닌자 핫토리 군』(忍者ハットリくん)의 주인공인 핫토리 칸조(핫토리 군)의 오마쥬입니다. 성씨와 닌자라는 특징만이 동일한 게 아니라 세세한 부분에서도 공통점이 엿보이죠. 유파가 이가류라던가, 훈도시를 입고 있다던가, 목욕시 머리 위에 칼과 복장을 얹어놓는다던가, 개구리가 질색이라던가. 원조 쪽은 남동생, 준코 쪽은 여동생이라는 차이는 있다손쳐도 둘 다 동생이 있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고요. 파란 색이라는 배색도 둘의 연관성을 드러냅니다.
말 나온 김에 더 얘기하자면 '준코'라는 이름 자체도 핫토리 군의 성우인 호리 준코(堀 絢子)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한편 준코의 라이벌격인 코가 닌자 테루야 에이코는 『닌자 핫토리 군』에서 주인공 핫토리 군의 라이벌인 코가류의 닌자 케무마키 케무조가 그 원형입니다. 둘 다 이미지 컬러가 녹색이므로 한눈에 알 수 있지요. '에이코'란 이름의 유래는 케무마키가 기르는 닌자고양이, 카게치요의 목소리를 맡았던 야마다 에이코에게서 따온 거고요. 『닌자 핫토리 군』에서 케무마키는 핫토리 군 및 그가 신세지고 있는 미츠바 댁의 아들 켄이치를 괴롭히기 위해 여러 가지 못된 짓을 하다가 핫토리 군에게 호되게 당하는 역할이었죠.
아, 본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지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미스테리 스릴러 만화 『20세기 소년』에서 '친구'가 썼었던 가면이 바로 핫토리 군 가면입니다.
■ 귀신 Q타로 : 소가 케나 밥순이 소가 케나는 통칭 오바Q라 불리는 『귀신 Q타로』(オバケのQ太郎)의 주인공 Q타로의 오마쥬입니다.
투명해지고 하늘을 나는 능력은 귀신인 Q타로의 장기였고, 요새는 흔해진 대식가라는 속성도 Q타로의 특징을 따온 것이죠. 더욱이 개가 약점이라는 것 또한 Q타로와 동일합니다. 머리카락에 불쑥 솟아나있는 바보털도 Q타로의 세 가닥 머리털을 연상케 하고요. 덧붙여서 케나의 성인 '소가'는 Q타로의 성우(흑백판)인 소가 마치코(曽我 町子)의 성에서 따온 겁니다.
여담이긴 합니다만 TV 애니메이션 제8화에서 케나가 후지코의 방에서 슬쩍한 마수의 알의 디자인은 얼룩덜룩한 게 Q타로가 깨고 뛰쳐나온 알과 디자인이 같더군요. 의도한 거겠죠?
또 본작과는 관계없는 얘기를 하자면, 전설의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제3부의 주인공, 형사 콜롬보를 즐겨보는 남자 쿠죠 죠타로도 쿠죠 Q타로란 가명을 댄 적이 있습니다.
■ 도라에몽 : 코로네 코로네의 경우 굳이 말할 필요 없이 금세 알 수 있는 우리의 『도라에몽』(ドラえもん)이 원형입니다.
명백히 용적을 넘은 물건도 튀어나오는 4차원 주머니(코로네의 경우 핸드백이지만)를 갖고 있는데다가, 꼬리가 기동 스위치라는 것도 그렇고, 아쿠토 방의 벽장에서 숙식한다는 점도 익히 알려진 도라에몽의 특징들입니다. 코로네가 인형구이를 좋아한다는 점은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도라야끼의 어레인지겠지요.
'코로네'란 이름 자체도 도라에몽의 기종인 『고양이형 로봇』의 일본어 발음 『
네³코¹카타
로²봇토』(ネコ型ロボット) 중에서 세 글자를 따 조합해서 이루어진 거고요.
후지코 후지오 작품과는 상관없지만 참고 삼아 언급하자면 『언젠가는 대마왕』에서의 인조인간을 가리키는 리라단이란 단어는 『안드로이드』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는 SF 소설 『미래의 이브』(1886년)의 작가인 오귀스트 드 비예르 드
릴라당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리라단과 릴라당 모두 일본어로 쓰면 リラダン으로 표기합니다)
■ 마타로가 온다!! : 에토 후지코 마왕숭배자 에토 후지코의 모델은 호러 개그 만화 『마타로가 온다!!』(魔太郎がくる!!)의 주인공 우라미 마타로입니다. 흑마술사라는 점, 원망 수첩을 갖고 있다는 점, 검은 망토라는 외견적 특징이 일치합니다. 『에스퍼 마미』의 특징도 섞여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마타로 쪽이 원형에 가까워보이네요. 물론 마타로가 괴롭힘 당하는 속이 꽁한 왕따 소년이란 것에 비해, 후지코 쪽은 학생, 교직원 할 것 없이 신뢰가 두터운 인기인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이는 의도적으로 뒤집어놓은 듯합니다.
이름은 원작자 후지코 후지오로부터 따온 것 같아요. 후지코니까요.
■ 괴물 군 : 릴리 시라이시와 학생회 임원 3명 학생회장 릴리 시라이시와 그녀를 보좌하는 학생회 간부 3인방은 영화화도 된 『괴물 군』(怪物くん)의 주인공 카이부츠 타로(괴물 군)와 그 수하인 드라큘라, 프랑켄, 늑대인간들의 오마쥬입니다.
학생회장 릴리의 장기인 길게 늘어나는 펀치는 괴물 군의 주공격법이었고, 금발머리에 작은 덩치라는 외견적 특징은 물론이고 사소한 계기로 금방 뚜껑 열리는 성품도 판박이입니다. 모자 형태는 다를지언정 언제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도 동일하고, 무엇보다 열받으면 모자를 앞뒤 돌려쓰는 버릇은 괴물군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퍼포먼스죠.
그리고 학생회장의 이름인 '시라이시'는 괴물 군의 성우(흑백판) 시라이시 후유미(白石 冬美)에서 따온 것입니다.
한편 학생회 3인방 중 부회장 오오타케 미치에는 드라큘라입니다. 어미가 이상해서 『~でありんす』 등의 유곽어 같은 말투를 쓰는데, 이는 모델인 괴물 군의 심복, 드라큘라가 어미에 『~ざます』를 붙이는 버릇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오오타케'라는 이름은 드라큘라의 성우(흑백판) 오오타케 히로시의 성에서 따온 거고요.
회계인 카미야마 칸나는 괴물 군의 심복 중 늑대인간이 모델입니다. 이쪽도 어미를 『~크르』(~ぎゃ)로 장식하는 등 이상한 말버릇을 갖고 있고, 이것도 괴물 군의 늑대인간이 어미에 붙이는 『~でがんす』를 패러디한 거죠. '카미야마'라는 이름은 늑대인간의 성우(컬러판) 카미야마 타쿠조의 성에서 따왔습니다.
서기인 아르눌은 프랑켄이 모델입니다. 괴물 군의 프랑켄은 『훙가』(フンガー)라고밖에 말을 못하고, 본작의 아르눌 또한 『끄가』(ぐが)라고밖에 말을 못합니다. 이름인 '아르눌'은 『사이보그 009』의 등장인물 003의 본명, 프랑소와즈 아르눌에서 따온 거고요.
본작과 관계없는 얘기를 또 하자면 『러키☆스타』의 TV 애니메이션이 시작할 때마다 나누는 묘한 대화 또한 『괴물 군』의 오마쥬인데요. 여기서도 괴물 군의 세 부하들의 별스런 말버릇이 나오죠. 만화 『괴물왕녀』도 이 괴물 군의 오마쥬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괴물왕녀』의 주인공인 릴리안느 공주 또한 늑대인간, 흡혈귀, 인조인간이라는 세 부하를 거느리고 있죠.
■ 도라에몽 노비타의 공룡 : 피터 하우젠 드릴 브레스를 쓰는 드래곤, 우리들의 피쨩.
의외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흑룡 피터 하우젠에게도 모델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도라에몽』 대장편 시리즈 중 『노비타의 공룡』편에서 노비타(진구)가 부화시킨 공룡이었던 피스케죠. 참고로 『도라에몽』의 피스케는 장수룡이었습니다.
그리고 본작에서 사이 아쿠토의 방 안의 책상 서랍에 있는, 피터 하우젠이 있는 지하 공간으로 연결되는 공간이동 마법진도, 『도라에몽』에서 타임 머신이 연결되어있는 노비타 방 안의 책상 서랍의 오마쥬죠.
■ 퍼맨 : 미와 히로시와 호시노 유리(핫토리 유우코) 이쯤되면 변신 히어로라는데서 딱 감 잡은 분도 계시겠지만, 마왕의 부하를 자처하는 미와 히로시와 그의 다른 모습 용사 브레이브는 바로 『퍼맨』(パーマン)의 오마쥬입니다. 퍼맨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더라도, 해적판 이름인 『빠삐용』이라고 하면 '아 그거!'할 분들이 꽤 계실 것 같군요. 전 도라에몽보다 퍼맨을 더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퍼맨 1호, 스와 미츠오는 아이돌 호시노 스미레의 대팬이자 여동생이 있는데 이는 본작의 미와 히로시도 공유하는 특징이죠. 변신 히어로라는 가장 큰 공통점을 제외하더라도 미와 히로시에게는 아이돌 호시노 유리의 대팬이자 여동생 유키코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덧붙여 미와 히로시의 이름 중 성인 '미와'는 스와 미츠오(퍼맨 1호)의 성우인 미와 카츠에에게서 따왔고, 이름인 '히로시'는 미와 카츠에가 맡은 다른 배역인 『괴물 군』의 이치카와 히로시(괴물 군의 인간 친구)의 이름에게서 따온 겁니다.
한편 미와 히로시가 동경하는 아이돌, 호시노 유리는 물론 『퍼맨』뿐만 아니라 『도라에몽』에서도 등장하는 아이돌 호시노 스미레가 모델입니다. 이 호시노 스미레 양은 『퍼맨』에서도 인상적인 히로인인데요. 호시노 스미레와 퍼맨 1호 간의 재미있는 관계는
백금기사 님의 글에서 맛깔나게 설명해주셨으므로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하길 권해드립니다. 물론 원작 『퍼맨』을 보시는 걸 가장 추천하지만요.
『언젠가는 대마왕』의 호시노 유리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본명을 핫토리 유우코라 해서 바로 핫토리 준코의 여동생이라는 다른 면모도 갖고 있는데요. 이쪽의 모델은 『닌자 핫토리 군』에서 핫토리 군의 동생인 핫토리 신조(신쨩)입니다. 둘 다 빨간 닌자복을 입고 있죠. 핫토리 유우코의 '유우코'란 이름은 신쨩의 성우인 미타 유우코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예명인 호시노 유리야 『퍼맨』의 호시노 스미레에게서 바로 따온 거고요.
핫토리 유우코(호시노 유리)가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유독 두 가지 모델을 갖고 있는데에는, 모델 중 하나인 『퍼맨』의 호시노 스미레가 원작에서부터 원래 이중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이하부터는 소설 5권까지의 심각한 내용 누설이 있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T·P 본 : 야마토 보이치로 1부의 보스, 야마토 보이치로는 바로 『T·P 본』(T・Pぼん)의 주인공 나미히라 본이 모델입니다. 참고로 『T·P』란
타임 패트롤의 약자죠. 타임 패트롤은 다른 작품인 『도라에몽』에서도 등장하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5권까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야마토 보이치로의 정체는 시간여행자입니다. 5권 첫머리에서 야마토 보이치로의 과거가 나옵니다만, 그 때의 보이치로의 교관이었던 여성 스도 리무 또한 『T·P 본』에서 주인공 본을 타임 패트롤로 이끈 T·P 대원 림 스트림에서 유래한 거죠.
『언젠가는 대마왕』은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고 있는 소설이라서 이런 짓까지 하고 말았군요. 우햐.
일단 이 포스팅에서는 1부인 5권까지의 등장인물 밖에 다루지 않았고 아마 애니메이션도 1부까지만 다룰 것 같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6권 이후에도 슈퍼 후지코 후지오 대전이 계속됩니다. 당장 6권에서는 『귀신 Q타로』에서 등장하는 미국 귀신
드론파가 모델인 누군가가 나오죠, 넵.
……사실 지금에 와서 솔직한 심정으로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의 주된 재미는 대체 어떤 식으로 후지코 후지오 작품들이 모에화(…….)되느냐인 것 같아요. 흐으.
덧글
*그건 그렇고 준코양은 참 귀여워요.
코로네랑 릴리 회장도 만만찮게 좋아하지만 이쪽은 압도적으로 이벤트가 적어서리…….
그래서 밀던게 훈도시와 토끼인데, 제일 아니였던 치녀가 메인히로인이라니...아, 앙돼!! ㅠ_ㅠ
가끔씩 작가가 의외성을 노리기 위해 케나로 뭔가 터트리지 않을까 하는 낌새도 느껴지고요. 꼭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애가나중에 중고니 NTR이니 사건을 터트려서 군자들의 눈물을 뽑는다니까요. (편견)
……사실 그렇게라도 케나가 존재감을 높여준다면 차라리 가상하게 여겨지겠다는 게 본심이긴 합니다만.
시라이시의 눈코입 달린 모자나 머플러를 보면 나가이 고의 '도로롱 엠마군' 생각이 나긴 했는데 이쪽도 마계의 귀공자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의도적으로 섞어찌개를 한 것 같기도 합니다.